저는 원래 커밋 메시지를 영어로 작성하곤 했습니다. 영어가 우월하다는 사대주의적 발상은 아니고 가장 주요한 이유는 한영키를 누르는 것이 번거롭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영어로 커밋 메시지를 작성하면 성의가 없어지는데에 있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도 하고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커밋 메시지를 작성하고 싶은데 영어라는 언어의 특성상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메시지가 장황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메시지를 간결하게 적게 되었고, 정작 커밋 메시지를 적는 이유인 **“개발 내용 요약 전달”**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 커밋 메시지는 원래의 쓰임을 잃은채 방치되었고 나중에는 feat: change text
같은 무성의한 메시지들로 도배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조금씩 커밋 메시지를 한국어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커밋 메시지를 한국어로 작성하고나니 장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먼저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는 제 모국어 이기 때문에 영어로 작성할 때 처럼 생각을 두 번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내가 했던 작업을 머릿속에서 요약하고 적기만 하면 되었고, 영어로 적을때에 있었던 번역 작업과 간략화 작업이 생략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커밋 메시지가 잘 읽힙니다. 앞서 말한대로 한국어는 장황하지 않은 방법으로 간결하게 제 의도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짧은 문장임에도 바로 읽히며, 작은 커밋을 추구하며 커밋 갯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저를 포함해 동료들은 많은 커밋들을 파악해야 할텐데 영어로 보는 것 보다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로는 개발 속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앞선 두 가지의 이유가 모여서 개발 속도의 향상이 생기는 것인데요, 커밋 메시지를 적는 피로가 감소하고 읽는 피로 역시도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개발속도가 증가합니다.
네 번째로는 활용도 입니다. 최근에 릴리즈 노트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기능을 개발했는데, 이때 커밋 메시지도 한글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관성적으로, 습관이 되어서 문제를 인식하였지만 고치지 않았던 것이 커밋 메시지를 영어로 적는 것이었는데 한글로 적는 것으로 틀을 조금 부실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글로 적는 것이 외국 개발자가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현재 제 조직이 놓인 환경에서는 챙길 수 있는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이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고집입니다. 늘 비판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성장을 추구하고자 합시다.